10가지 재앙 중 마지막 재앙에서 처음으로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이 해야 될 일에 대해서 명령하셨습니다. 흠 없는 어린 양을 잡아서 그 피를 문설주에 바르라는 것을 비롯한 몇 가지 간단한 명령이었습니다. 이는 이스라엘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첫 명령‘이었고, 그 전에 백성들은 하나님의 명령을 받은 경험이 없었습니다. 약 3주 동안의 9가지 재앙을 통해 하나님의 일하심을 경험하고 하나님을 경외하게 된 백성들은 모세의 전달을 받고 그 명령에 따라 문설주에 피를 발랐습니다. 하지만 만일 이스라엘 사람이라고 할 지라도의 명령을 가볍게 여기고 명령을 시행하지 않은 자의 집에서 장자는 살아나지 못했습니다.

유월절은 유대인 달력(음력)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매년 양력 날짜와 요일이 바뀝니다. 유대인은 유월절이 되면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지명 받은 한 자녀가 “이 예식은 무엇을 뜻합니까?”라고 물어봐야 하며, 어른들은 자녀에게 이집트에서의 해방과 구원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게 됩니다. 유월절 음식으로는 살과 내장을 모두 구운 양고기, 무교병(누룩을 넣지 않은 빵), 쓴 나물 등을 먹습니다. 곧바로라도 이집트를 떠날 수 있을 것처럼 신을 신고 허리띠를 두른 뒤 지팡이를 잡고 식사를 하며, 아침이 될 때까지는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유월절이 끝난 후 7일동안은 무교절 기간으로, 계속하여 누룩을 넣지 않은 빵을 먹습니다. 유월절과 무교절은 연속된 하나의 절기로 여겨집니다. 유대인 달력을 보면 유월절 I일 유월절 VII일 식으로 표시되어 있고, 우리의 기준으로 보면 총 8일입니다. 이것은 유대인의 하루는 해가 지는 시간부터 다음 날 해가 지기 직전까지로 계산되기 때문입니다. 유월절은 음력 3월 14~15일, 즉 보름달이 뜨는 날 시작됩니다.

유월절은 '여호와의 절기'이며, '하나님의 영원한 규례'라고 하였습니다(출애굽기 12장). 즉,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라 영원히 지켜지게 될 하나님의 약속이자 하나님께서 정하신 방법입니다. '흠 없는 누군가가 대신 죽으면 나는 죽지 않을 수 있다'는 하나님의 약속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성취되었습니다. 이처럼 출애굽의 전 과정, 유월절 자체 및 유월절에 관련된 풍습과 음식은 모두 예수 그리스도 및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 과정을 예표하고 있습니다. 악한 세상(애굽)에서 200만 명의 이스라엘 백성이 단번에 나올 수 있었던 것처럼 예수님은 유월절의 어린양과 같이 돌아가심으로써 예수님을 믿는 모든 인간(출애굽 당시 모세의 말을 따라 피를 발랐던 사람처럼)을 죄된 세상로부터 단번에 구원하셨습니다. 또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시사 죄와 사망으로부터 승리하시고 영원한 생명을 취하셨으므로 우리는 예수님을 믿음으로써 더 이상 죄사함과 구원을 받기 위해 매번 다른 양을 잡을 필요가 없게 된 것입니다.

 

(추가 내용) 유월절에 대하여 묵상하다보면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예수께서 돌아가신 날은 유월절이고 유월절 직후에 부활하셨을텐데, 왜 오늘날 교회는 유월절과 전혀 관련이 없는 날을 성금요일 및 부활절로 삼아 기념하고 있는가 라는 것입니다.

오늘날 기독교는 교회력(카톨릭에서 유래)에 따라 부활절을 기념합니다. 그레고리력을 기반으로 한 교회력에 따르면 춘분 이후에 맞이하는 첫 보름 직후의 안식일 다음날(일요일)을 부활절로 정하고 있습니다. 춘분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로 대략 양력 3월 21일 전후가 되고, 보름달이 뜨는 날은 매년 다릅니다. 따라서 부활절은 3월 몇째 주 식으로 정해지지 않고 매년 달라집니다. 2023년의 부활절은 4월 9일이었고, 2024년의 부활절은 3월 31일이었습니다. 대략 3월 말에서 4월 중순 사이입니다. 그리고 교회력에서는 이 부활절을 기점으로, 며칠 전을 예수님께서 고난을 받고 돌아가신 날을 성금요일이라고 부르며 기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유대력에 따른 유월절(예수께서 돌아가신 날) 및 부활하신 날짜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유대력은 음력이므로 유월절은 매년 날짜와 요일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유대력에 따른 예수님 돌아가신 날(유월절)은 교회력에서 기념하는 예수님 돌아가신 날(성금요일)과 시간적 거리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2024년의 유월절은 4월 22일(월) 저녁부터이고, 성금요일은 3월 29일(금)입니다(부활절은 3월 31일). (한편, 예수께서 부활하신 요일은 안식일 다음날인 일요일이 맞습니다. 그렇지만 예수께서 돌아가신 요일이자 그 해의 유월절은 금요일이 아니라 수요일 또는 목요일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이는 로마시대의 초기 기독교가 번성할 때, 로마 황제에 의하여 실제 유월절과 관계 없이 새로운 계산법으로 부활절이 정해졌기 때문입니다. 기독교를 공인할테니 특정한 절기는 로마에서 정한 날짜를 따르라는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로마에서 정한 부활절 날짜는 오늘날 '이스터'라고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이슈타르, 에오스트레, 아스다롯(아세라) 여신을 기념하는 날이라는 것입니다. 근원적으로는 로마가 기독교의 부활신앙과 부활사상을 두려워하였기 때문에 이 정신을 훼파하고자 하는 의도 저변에 깔려 있었으며, 표면적으로는 봄철에 모든 생명이 소생시킨다고 여긴 이스터를 기념하는 날과, (의미상 유사한) 예수의 부활을 기념하는 날을 교묘하게 합하여(게다가 두 날짜 모두 기념일이 일요일이었으므로) 나라의 큰 축제의 날로 삼은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오늘날에도 부활절을 이스터 데이라고 부르며,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토끼와 계란의 형상을 장식하고 계란을 나누어 먹는 방식의 문화가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유월절을 지켜야 하는가, 실제 유월절 3일 후를 부활절로 삼아야 하는가, 오늘날 부활절 문화에 대한 부적절성 등에 관련된 주제는 이 블로그에서 다루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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